나는 작다.
대도시는 작은 사람을 위한 곳이다. 더 크면 시골에서 살아도 좋겠다. 추석 때 가족과 함께 홋카이도에서 road trip을 했다. 시골은 넓고 물가가 싸서 마음이 편했다. 사실 돈 때문에 크게 부담되진 않는다. 돈에 관해선 적절히 걱정한다고 생각한다. 더 큰 부담은 내가 지금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다.

파리에 있는게 부끄러울 때가 있다. 가족이 지구 반대편에 있으니 부모님이 나를 도와주실 수는 있지만 내가 도움을 드리기는 어렵다. 파리 출신 남자친구 때문에 올 수 있었던 거라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‘유럽으로 와~’라고 하는 내가 좀 웃긴다. 글쎄, 파리에 남아 있으려는 건 사치인가? 나는 파리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.

사실 파리에 남는 이유는 단순하다. 지금와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뭘 할지 잘 모르겠다. 그래도 여기서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있다. 몇몇 친구들하고는 훨씬 가까워졌다. 프랑스어를 제대로 공부할 이유가 생겼다. 잘하면 중국어 공부까지 되겠다. 다문화 사회의 장점이다. 여기서 일을 구할 수 있다면, 예술 공부를 할 수 있다면, 분명 재밌는 생활이 시작될 것이다. 파리를 사랑해서 온 건 아니지만, 내가 살아본 곳이 된 이상 제대로 경험하고 느끼고 싶다.